안양 정관장의 스카우트 능력. 대단하다. 라면 끓여 먹고 내려왔던(아재 판독 드립) 렌즈 아반도가 재계약을 고사했지만, 공백이 무색하다. 최근 농구일기에서도 썼지만, 화려한 면은 떨어질지 몰라도 효율은 아반도보다 훨씬 높은 하비 고메즈를 데려왔다. 만약 나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팀에 슈터가 있다 해도 둘 중 고메즈를 택할 것 같다.
고메즈가 시즌 초반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던 건 아니다. 3라운드까지 매 라운드 평균 출전시간은 16분 미만이었다. 코트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2라운드 7경기 평균 출전시간은 9분 17초에 불과했다.
고메즈의 출전시간은 4라운드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9경기 평균 20분 52초를 소화하며 3점슛 능력을 뽐냈고, 5~6라운드는 각각 평균 출전시간이 27분 이상에 달한다. 3일 창원 LG와의 경기 전까지 5~6라운드 평균 기록은 28분 50초 11.1점 3점슛 2.4개(성공률 41.4%) 4리바운드.
김상식 감독은 고메즈에 대해 “동작이 간결하고 힘도 좋지만, 움직이면서 찬스를 만든 후 던지는 공격은 약했습니다. 그 부분 때문에 시즌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경기운영도 맡을 수 있는 디온테 버튼을 영입한 이후 확실히 좋아졌어요. 그러면서 팀도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었죠”라고 말했다.
고메즈는 현역 시절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조상현 감독과 각광 받고 있는 최상급 3&D 유기상, 심지어 관중석 1열에 전성현까지 앉아있었던 LG 앞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어느 때보다도 강렬했다. 3점슛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속공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정관장의 공격을 이끌었다. 개인 최다인 26점 3점슛 6개를 기록했다.
같은 시간 수원 KT를 상대로 홈경기를 치른 울산 현대모비스는 91-7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LG는 단독 2위로 올라섰고, 4위 현대모비스는 LG와의 승차 1.5경기를 유지하며 실낱같은 4강 직행 희망을 살렸다.
오는 5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2위 싸움의 분수령이 될 수 있는 ‘미러전’이 열린다. LG로선 이긴다 해도 4강 직행 싸움이 끝나는 건 아니지만, 대단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경기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상현 감독은 “감독 부임 첫 시즌에 정규리그 2위를 확정 지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 상대가 현대모비스였어요. 제 기억이 맞다면, 지난 시즌 2위를 확정 지은 경기도 현대모비스전이었어요. 이번에도 중요한 순간에 만나게 됐네요. 마레이가 유독 현대모비스랑 할 때 다쳤는데…. 더 이상 아프면 안 됩니다. 올 시즌 저희 팀에서 부상이 많이 나오기도 했잖아요. 또 부상 당하면 이제 ‘너 죽고 나 죽자’예요(웃음). 부담 없이 싸워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LG와 현대모비스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 ‘개꿀잼’ 예약!
#사진_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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