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유석주 인터넷 기자] 2024-2025시즌 개막 후, 지난 일주일을 가장 화려하게 보낸 NBA 선수는 누구였을까. 점프볼은 한 주 동안 가장 뜨거웠던 선수를 동/서부 컨퍼런스에서 각각 한 명씩 선정하는 시간을 준비했다. (1월 20일 기준)
동부 컨퍼런스는 타이리스 맥시, 서부 컨퍼런스는 제임스 하든이 그 주인공이다.
서부 컨퍼런스 – 제임스 하든의 조별과제 희망편
이미 검증된 시스템 : 제임스 하든의 최근 6경기
평균 30.5분 출전 20.6점 8.6 어시스트 4.6 리바운드
야투율 43.8%, 3점 슛 성공률 38.2%
팀 성적 : 4승 2패
옛날이 그립지만은 않습니다? : 제임스 하든의 2024-2025시즌
팀 내 어시스트 1위 (8.0개)
팀 내 득점 2위 (21.4점)
팀 내 리바운드 2위 (5.8개)
LA 클리퍼스 : 서부 컨퍼런스 5위
제임스 하든과 LA 클리퍼스가 안정세를 찾았다. 폴 조지의 이탈과 카와이 레너드의 부상으로 시즌 전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들어왔던 클리퍼스는, 기사(技士) 하든의 능숙한 운전과 함께 서부 중위권 자리를 지키며 상위 시드 획득의 꿈도 놓지 않았다. 논외의 퍼포먼스를 자랑하는 오클라호마시티 제외, 2등과의 격차가 겨우 3경기 반임을 고려할 때 클리퍼스의 목표는 절대 불가능하지 않다. 하든 역시 전성기 시절은 아니지만, 우승 도전이란 자격엔 충분히 어울리는 기량으로 동료들을 태운 채 순항하는 중이다.
감독 터런 루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우선, 하든의 짐을 덜어줄 조각들을 하나씩 모아 코트 안에 녹여냈다. 이비차 주바츠와 노먼 파웰은 각각 리그 최상위권의 픽 앤 롤 파트너 & 득점원이다. 데릭 존스 주니어와 크리스 던은 고질적인 수비 문제를 가려주고, 케빈 포터 주니어는 보조 리딩으로 메인 핸들러의 휴식을 책임진다. 각자 개별적으로 평가하면 70점 정도의 학생들이, 조별과제로 똘똘 뭉쳐 90점 이상의 성적을 내는 셈이다. 여기에 원래 공수 만점짜리 평가를 받았던 친구 레너드까지 병원에서 돌아와 조원으로 참석했다. 레너드는 두 경기 적응기를 가진 뒤 곧바로 제 역량을 보여줬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조장 하든이 제 역할을 다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하든은 휴스턴 로케츠 시절 공격에서 무결점의 선수였다. 코트 위에 풀어놓기만 하면 스탭 백, 돌파, 엘리웁&킥 아웃 패스, 자유투 유도 등 수많은 선택지를 들이밀며 상대를 패닉에 빠뜨렸다. 득점력과 볼 핸들링, 시야에서 모든 게 완벽에 가까웠다. 공격에 한정해선 감히 마이클 조던을 비교 대상으로 소환했을 정도다. 그때 하든에겐 동료 역시 유용한 선택지에 가까웠다. 모든 공격이 하든으로부터 시작되었으니, 동료들은 철저히 에이스의 동선에 맞춰 팀 단위 움직임을 가져갔다. 하든은 그저 고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그 시절 하든은 그런 대접을 받기 충분한 퍼포먼스를 시즌 내내 선보였다.
그러나 루 감독은 에이스에게 전성기 재현이 아닌 동료들과의 페어링에 집중하도록 했다. 파웰과 포터 주니어 등 백코트에서 하든의 공격과 핸들링을 도와줄 수 있는 자원들이 많은 것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서로 역할 충돌 없이 팀 단위 동선 설계를 완성한 결과, 클리퍼스는 하든이 영향력이 줄어들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팀으로 거듭났다. 이번 시즌 하든은 경기당 33.5분을 소화하는 중인데, 이는 휴스턴 시절 이후 커리어 최저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여전히 운전대를 잡은 건 하든이지만, 동료들 역시 하든의 시스템 아래 최고의 효율을 보여주고 있는 모양새다.
플레이오프에 최적화? : LA 클리퍼스의 2024-2025시즌
디펜시브 레이팅 2위 (107.3점)
오펜시브 레이팅 22위 (110.8점)
경기 페이스 20위 (98.62)
이번 시즌 클리퍼스의 가장 큰 강점은 수비력이다. 페인트 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주바츠와 백코트의 던, 상대 에이스를 담당하는 존스 주니어까지, 클리퍼스는 코트 모든 곳에 단단한 성벽을 세웠다. 이들 모두 개개인의 득점력은 떨어지는 편이지만, 리그 최고의 코트 비전을 보유한 하든과 같이 뛸 땐 그런 단점이 상쇄된다. 성실히 움직이기만 하면 알아서 득점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다 보니 하든의 컨디션에 따라 팀 득점이 좌우되는 것 역시 불가피하다. 이번 시즌 공격에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파웰이 있지만, 파웰 역시 1옵션으로 기능하기보단 메인 핸들러 옆에서 공격할 때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클리퍼스는 253일 만에 돌아온 레너드의 활약이 절실하다. 정규리그가 아닌 플레이오프에선 경기속도는 느려지고 수비는 빡빡해지며 개개인의 득점 능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레너드가 없는 구간 이미 해당 조건을 맞춘 클리퍼스가 봄 농구에선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가능성이 있단 의미다. 리그 최고의 공수 겸장으로서, ‘건강한’ 레너드는 우승&파이널 MVP 2회로 이미 그 위용을 증명했다. 레너드가 남은 리그 일정에서 부상 없이 몸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린다면, 하든과 클리퍼스의 영광스러운 첫 번째 반지도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다.
동부 컨퍼런스 – 타이리스 맥시 : 혼자서 붙잡고 있는 8톤 트럭
이러다 쓰러지십니다 : 타이리스 맥시의 최근 6경기
평균 41.1분 출전 30.0점 7.0 어시스트 3.3 리바운드 1.5 스틸
야투율 42.5%, 3점 슛 성공률 29.5%
해당 구간 팀 성적 : 6연패
프로세스의 유일한 결과물? : 타이리스 맥시의 2024-2025시즌
팀 내 출전 시간 1위 (37.7분)
팀 내 득점 1위 (26.1점)
팀 내 평균 야투 시도 1위 (21.2회)
팀 내 어시스트 1위 (5.8개)
팀 내 스틸 1위 (2.0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 : 동부 컨퍼런스 11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몰락하고 있다. 최근 6경기 전패, 형편없는 경기력과 함께 동부 11위까지 내려앉았다. 그렇다고 필라델피아의 목적이 탱킹인 것도 아니다. '박힌 돌' 조엘 엠비드와 '굴러들어온 돌' 폴 조지는 모두 부상과 기복을 이유로 신뢰를 잃었다. 타이리스 맥시만이 구단과 팬들의 지지를 받으며 유일하게, 그리고 외롭게 팀을 지탱 중이다.
맥시는 지난 정규시즌과 비교했을 때, 득점이 큰 폭으로 상승하지 않았음에도 실책은 증가했고 어시스트는 줄어들었다.(TOV:1.7->2.5 / AST: 6.2->5.8) 결국 팀 공격이 막혔을 때 맥시 개인 능력으로 풀어야 하는 순간이 절대적으로 많았음을 의미한다. 만약 맥시가 루키였다면 이 현상은 성장의 자양분이 되었겠지만, 이미 일정 궤도 이상 성장한 볼 핸들러에겐 그냥 개인 효율을 떨어트리는 부담이다. 이번 시즌 데뷔한 루키 자레드 맥케인이 백코트에서 선배의 부담을 덜어주는 맹활약으로 신인왕 후보까지 오르는 듯했지만, 안타깝게도 왼쪽 반월판 부상으로 인해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맥시는 온 힘을 다해 팀을 이끌고 있다. 빠른 발과 득점력, 트렌지션 생산성으로 팀 공격의 활로를 뚫어주는 맥시는, 이번 시즌 열 번 이상의 클러치 타임을 경험한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집어넣은 리그 최고의 강심장이기도 하다(평균 5.5점). 원투펀치인 엠비드가 자리를 자주 비웠음을 감안해야 하지만, 이번 시즌 맥시가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감독 닉 널스 역시 휴식 따위는 없는 무자비한 출전 시간으로 에이스를 한껏 굴리고 있다.
아이러니한 건 정작 팀의 로스터는 맥시를 100% 활용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조지는 이번 시즌 2015년 이후 처음으로 평균 득점이 20점 이하로 떨어지며 부진 중이고, 케일럽 마틴, 켈리 우브레 주니어 등은 역할이 제한된 롤 플레이어들이다. 맥시 방면의 공격이 정체되면 이들의 경기력도 떨어진다. 에릭 고든, 레지 잭슨은 맥시와 역할이 겹치는 자원들이고, 카일 라우리나 안드레 드러먼드는 맥시와 어울리는 빠른 농구에 적합하지 않다. 오프시즌 대거 영입으로 몸집을 한껏 부풀린 필라델피아지만, 그 속에서 맥시는 여전히 외롭다. 마치 비싼 와인과 해물파전을 같이 보는 느낌이다.
고성낙일(孤城落日) :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2024-2025시즌
오펜시브 레이팅 24위 (109.6점)
디펜시브 레이팅 21위 (113.9점)
외로운 성과 지는 해. 현재 필라델피아에게 가장 어울리는 표현이다. 필라델피아는 2010년대부터 ‘Trust the Process’를 외치며 팬들에게 언젠가 다가올 영광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혹했다. 역대급 재능이라 평가받은 벤 시몬스는 민폐를 끼치며 팀을 떠났고, 믿었던 엠비드는 계속 부상으로 신음하는 중이며, 그런 엠비드와 자신의 투맨 게임을 아무도 막지 못한다며 찾아온 하든은 자신을 데려온 데릴 모리 단장과 연을 끊은 채 다시 서부로 향했다. 여전히 필라델피아는 파이널은커녕 컨퍼런스 결승도 가보지 못한, 이젠 리그 중상위권도 간신히 노려야 하는 팀이다.
지금 당장, 필라델피아가 다시 10년 전 그 프로세스 버튼을 누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 필라델피아의 2025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가 가지고 있으나, 만약 필라델피아가 낮은 성적으로 1~6순위 사이에서 권리를 행사한다면 그 선수는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게 된다. 과연 필라델피아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사진=AP/연합뉴스, NBA 미디어센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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