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수원 KT 소닉붐 아레나에서 열린 2024-2025 KCC프로농구 수원 KT와 서울 SK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 전 라커룸에서 만난 SK 전희철 감독은 경기 브리핑을 이어가던 도중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오늘(29일)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재킷벗고 넥타이도 풀어버리려고요.” 농담이 주가 된 말이었지만, 전희철 감독의 답답한 심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SK는 4강 플레이오프, 정규리그 1위 팀의 위력을 100% 뽐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27일 3차전에서는 플레이오프 최악의 경기를 펼쳤다. 저조한 팀 3점슛 성공률(21%)과 야투 성공률 (40%)에 머문 채 3쿼터까지 단 37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팀 턴오버는 15개나 기록했다. 정규리그 팀 평균 턴오버 최소 1위(10개)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었다. 3차전 종료 후 전희철 감독이 “준비가 하나도 안 된 경기다”라고 씁쓸한 총평을 내놓은 이유이기도 했다.
생각한대로 풀리지 않은 시리즈. 전희철 감독은 복잡한 마음을 경기 중 복장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했다.
사실 난방과 온기가 합쳐진 더운 경기장 환경과 과열된 경기 내용 속, 사령탑들이 경기 중 재킷과 넥타이를 푸는 것은 종종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주로 후반전에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날 전희철 감독은 달랐다. 경기 전 자신이 말한 것처럼 정확히 1쿼터 시작 2분 45초 후 재킷을 먼저 벗었다. 나아가 이후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넥타이까지 풀어헤친 후 열정적인 지시를 이어갔다. 후반전까지 재킷과 넥타이는 벤치 한 쪽에 던져졌고, 전희철 감독은 승리가 확정된 후 ‘악수 타임’을 가질 때야 비로소 재킷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른 시간부터 사라진 재킷과 넥타이가 준 효과. 경기 후 만난 전희철 감독은 비로소 라커룸에서 밝혔던 말의 속내를 전했다.
“선수단 각성 차원에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보통 제가 재킷과 넥타이를 경기 중에 벗으면 거의 다 이긴 것 같더라고요. 그렇다고 징크스로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경기에서 스스로 흥분하는 일이 너무 잦아지니까 몸에 열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몸 전체를 순환시키고 열도 식히려 그랬던 것도 있어요. 선수들에게는 그저 이러한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나도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잘하겠죠.”
두 시즌 만에 오른 챔피언결정전 무대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플레이오프. 전희철 감독의 마지막 코멘트는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선수단에 강력한 메시지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다가오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전희철 감독이 일찌감치 자켓과 넥타이를 푸는 날이 많아질까. 이는 공주(SK 팬 애칭)들에게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SK는 오는 5월 5일, 홈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팀 통산 4번째 챔피언결정전 반지 사냥의 첫 발걸음을 뗀다.
#사진_점프볼 DB(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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