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수]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재범 기자 / 기사승인 : 2025-05-01 0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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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1997시즌 출범한 남자 프로농구는 29번째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경기가 펼쳐진 가운데 다양한 기록들도 쏟아졌다. 쌓이고 쌓인 기록들을 하나씩 꺼내서 정리하며 기억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이번 달에는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들이 이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4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최다 승수 상위 10위
전신 구단 성적을 포함한 각 구단들의 승수를 찾아보면 울산 현대모비스가 836승 649패(승률 56.3%)로 1위이며, 원주 DB가 810승 676패(54.5%)로 2위다. 10위는 648승 838패(43.6%)의 서울 삼성이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들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KBL 기존 기록프로그램에서는 선수마다 출전 경기 기준 승패가 정리되어 있어 수작업으로 이를 정리하면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를 찾아낼 수 있다.

1위는 가장 많은 1,029경기에 출전해 557승을 맛본 주희정(고려대 감독)이다. 그 뒤를 501승의 함지훈(현대모비스)과 467승의 김주성(DB 감독)이 자리잡고 있다. 추승균(tvN스포츠 해설위원)과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은 각각 432승과 423승으로 400승 이상 거뒀다. 상위 10위 중 의외의 인물은 378승의 이현민(충주중 코치)이다. 이번 시즌 서울 SK가 승승장구하자 최부경과 김선형은 각각 364승과 361승으로 9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 시즌에는 7위 라건아(371승)와 8위 서장훈(367승)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프로에서 성장한 부분은?
프로 무대에서 많은 승리를 챙겼다는 건 그만큼 많은 경기를 뛰었다는 의미이며, 더불어 데뷔부터 점점 성장해서 꾸준하게 경기에 출전한 덕분이다. 많은 승리를 거둔 선수들은 공통적으로 프로 데뷔 후 몸 관리와 농구 실력 자체가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성은 “체력과 몸이 좋아졌다.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첫 번째로 몸 상태가 좋아졌다”며 “신인으로 들어오면 선배들이 있는데 농구를 잘 하는 선배들과 농구를 하니까 기량이 발전했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함지훈 역시 “부상을 당하지 않게 몸 관리를 하는 게 중요하다. 부상을 당하면 프로 선수로 의미가 없다”며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자기 몸을 자기가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주희정은 “생각하고 판단하는 순간 순발력이 좋아졌다. 1년 차일 때는 정신없이 왔다갔다 했는데 프로 생활을 하면서 상대의 수까지 읽어서 하니까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며 “그리고 3점슛이 좋아졌다(웃음)”고 농구 흐름을 읽는 눈을 언급했다. 김선형은 “데뷔했을 때를 돌이켜보면 무에서 시작했다. 내가 가진 장점은 폭발적인 스피드 밖에 없었다. 각 재능을 뽑은 육각형으로 보면 스피드만 쫙 최상이었던 거 같다”며 웃은 뒤 “13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 마디로 정리하면 농구가 늘었다. 경기를 보는 눈이나 포인트가드로 해야 할 것이 많은데 그런 부분에서 성장하며 지금은 어떻게 해야 경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이현민은 “처음 데뷔했을 때보다는 전체 기량이 더 나아졌다. 처음 데뷔했을 때 공격 지향적이었다. 키가 작아서 정통 포인트가드 쪽으로 배우고 늘었다. 경험이 쌓이니까 경기 운영에서 향상되었다”며 “내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하면서 경기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 그런 생각 없이 경험만 쌓는다고 좋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현민은 프로 데뷔 초창기 창원 LG에서 한솥밥을 먹던 박지현(KT 코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양동근도 고(故) 크리스 윌리엄스와 함께 뛰며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좋은 동료와 함께 뛴다는 건 성장의 가장 좋은 영양분이다. 추승균은 “시간이 흐르면서 슛 폼을 바꿔 3점슛이 늘고, 좀 더 지나면서 2대2 플레이 비중이 늘었다. 형들이 하는 걸 봤다”며 “이상민(KCC 코치) 형의 2대2 플레이도 보고, 시야도 넓어졌다. 좋은 선수들과 같이 뛰면 어느 상황에서 나에게 패스가 오고, 어느 상황에서 패스를 줘야 하는지 많이 보고 배우면서 느낀다. 조성원(LG 전 감독) 형이 슛 쏘는 걸 봤다. 그러면서 엄청 좋아졌다”고 했다.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최부경은 569경기에 나서 364승 205패로 승률 64.0%를 기록 중이다. 최부경보다 5경기 많은 574경기를 뛴 이관희(DB)의 263승(311패, 승률 45.8%)보다 101승이나 더 많다. 최부경의 승률은 400경기 이상 출전 선수 기준 2위다. 1위는 64.1%(350승 196패)의 애런 헤인즈다.

SK는 2012-2013시즌 기준으로 완전 다른 팀이다. 팀 창단 후 2011-2012시즌까지는 승률 44.1%(341승 433패)로 현재 팀 승률 최하위 삼성(43.6%)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2-2013시즌 이후에는 60.3%(417승 274패)로 반등했다. 참고로 현재 SK의 통산 승률은 51.7%(758승 707패)다.

최부경은 SK가 왕조를 구축한 시발점인 2012-2013시즌 데뷔해 차곡차곡 승률을 쌓았다. 최부경의 대학 시절을 지켜본 이들이라면 플레이 스타일이 지금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안다. 최부경은 건국대 4학년 때 대학농구리그에서 평균 20.7점 12.6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탄탄한 기본기 속에 득점력을 인정받던 선수였지만, 프로에서는 궂은일에 더 치중한다.

최부경은 “대학 시절 재미있게 농구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프로에 오니까 더 높은 수준의 선수들과 경쟁력 있는 선수들 사이에서 합을 맞추니까 재미있었다”며 “개인 기록이 뛰어나서 팀이 이기고 지게 하는 것보다 다같이 선수들이 오로지 이기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과정을 좋아했다. 그런 걸 열심히 치중하니까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최부경 덕분에 SK가 신바람을 냈기보다는 SK라는 팀 안에서 최부경이 자신의 역할을 찾아 윤활유 역할을 해줬기에 최부경은 덤으로 그 누구보다 높은 승률을 보답 받았다. 이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이와 연계되는 답을 추승균과 김주성이 내놓았다.

추승균은 “리바운드, 실책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합, 팀워크다. 팀 운동이기 때문이다”고 했다. 김주성은 “개인 스포츠면 나만 노력하면 되는데 단체 종목은 모든 선수들이 노력을 해야 한다. 배려, 이타적인 플레이가 중요하다. 슛이 좋은 선수, 리바운드가 좋은 선수, 수비가 좋은 선수가 있다. 그런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얼마나 잘 해내느냐의 차이다. 내가 얼마나 팀에 잘 맞추느냐가 중요하다”며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선수는 어느 팀이든, 어느 선수든 녹아들면서 맞추는 선수다. 내가 이 팀에 녹아들면 이기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무리 출중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도 동료의 복도 있어야만 오랜 시간 많은 승리를 거둘 수 있다. 함지훈은 이를 잘 아는 듯 “운이 좋아야 한다”며 웃은 뒤 “그 운이라는 게 내가 아무리 잘 한다고 승수를 쌓을 수 있는 건 아니라서 좋은 동료, 좋은 팀, 좋은 지도자 등을 만나서 이겼다”고 했다. 추승균도 “나는 복을 타고 났다. 내가 들어갈 땐 좋은 형들이 있었고, 나이가 들었을 땐 어린 좋은 선수들이 들어왔다”며 “좋은 선수들을 잘 만났다. 좋은 선수들과 뛰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함지훈의 의견에 동의했다.

양동근과 김선형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양동근은 “흐름이다. 약팀이었을 때 강팀을 한 번씩 잡을 때가 있었다. 시소를 타다가 우리가 딱 승기를 잡으면 그 때부터는 (승부를 결정하는 건) 경기 운영이라고 생각한다”며 “몇 초가 남았는데 우리가 몇 번을 공격할 수 있고, 우리가 공격을 실패했을 때나 수비를 했을 때 확률 등 계산적인 부분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선형은 “클러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에는 39분을 잘 하다가 1분, 10초를 남기고 뒤집어지는 게 농구다”며 “1분을 남긴 그 순간에 원 포지션, 투 포지션 싸움을 할 때 득점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높은 확률로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희정은 “일단 빨라야 하고, 리바운드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3점슛과 2점슛 성공률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어서 실책이 적어야 한다. 이 3가지 요소가 승리하는데 중요하다”고 지도자의 색깔이 묻어나는 답을 내놓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승리
수많은 승리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을 것이다. 김주성은 “프로 데뷔 경기다. 단추는 끼우는 순서에 맞게 채워진다. 바꿔서 끼면 끝에서는 어긋나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 프로 와서 그 경기에서 고전했다면 순탄하지 않았을 거다. 다음 경기를 잘 할 수 있지만, 첫 경기가 제일 중요하다”며 “첫 경기에서 최선을 다 했는데도 안 될 수도 있다. 기가 죽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실망하면 그 실망감이 저에게 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데뷔 경기를 꼽았다.

최부경도 “신인 때 개막전에서 데뷔한 경기가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 있다. 마지막에 리카르도 포웰에게 속아서 결승 득점을 줘서 팀이 졌다. 저는 아무것도 물정 모르는 신인 선수였는데 나 때문에 졌다는 큰 데미지 속에 많이 가라앉았다. 그런 여운을 달랠 시간도 없이 DB와 원정 경기를 갔다”며 “치고 박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마지막에 내게 행운이 따랐다. 베이스라인 패턴에서 내가 잡아서 넣었는데 그게 결승 득점이 되었다. 그 과정을 겪으며 처음부터 신고식을 세게 했다. 그 두 경기가 한 편의 스토리처럼 다가와서 플레이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더 생각하게 되고, 그 하나 때문에 이기기도, 지기도 해서 그 때부터 정신없이 열심히 했지만, 좀 더 경기에 집중하고, 프로에 적응하게 되었다”고 데뷔 경기의 기억을 떠올렸다.

함지훈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경기는 다 기억에 남는다”며 “경기를 이기고 나서 팡파르가 터지고 우승 노래가 나올 때 그 때가 짜릿하고 기분이 좋은 순간이다. 그 중에서는 제일 최근에 했던 2018-2019시즌이다. 가장 최근에 했기 때문이다(웃음)”고 우승의 순간을 꼽았다.

추승균은 “2003-2004시즌 (이적했던) 조성원 형이 다시 KCC로 와서 부천에서 치른 전자랜드(현 한국가스공사)와 경기다. 이상민 형이 어시스트 20개를 했다. 성원이 형과 (상대팀으로) 서로 만나면 물이 차서 무릎이 안 좋다며 은퇴할 거 같다고 했다. 무릎에 칭칭 감고 경기를 뛸 때다. 갑자기 트레이드가 되어서 우리 팀에 왔는데 이상하게 무릎이 하나도 안 아프다고 했다. 희한하다. (팀과 선수가) 서로 맞는 게 있다”며 “상민이 형 패스만 오면 슛이 다 들어갔다. 서로 합이 잘 맞았다. 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그 시즌에 우리가 우승까지 했다”고 조성원과 재회한 후 치른 두 번째 경기를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이들과 다르게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경기가 없거나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언급하기도 했다. 주희정은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면 기억에 남는 승리는 없다”며 “나에게는 1,029경기가 너무 값지다. 다들 어떤 경기가 기억에 남고, 어떤 경기가 아쉽다고 하는데 나는 항상 훈련할 때도 오늘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다. 패한 경기 빼고는 이긴 모든 경기가 특별했다”고 했다.

양동근은 “첫 경기는 기억이 남지 않는다. 똥인지 된장인지 몰랐다. 마지막 경기도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코로나19로 멈춰서 마지막 경기도 기억에 남는 게 아니다”며 “저는 정규리그에서는 기억이 나는 경기가 없다”고 했다. 대신 “플레이오프에서는 KTF(현 KT)와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 7차전을 했을 때다. 그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첫 우승이고, 그 우승이 없었다면 그 이후에도 힘들었을 거 같다”며 “삼성에게 0대4로 졌던 시리즈(2005-2006시즌 챔피언결정전)도 그렇다. 경기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과정들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성장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챔피언결정전 두 시리즈를 꼽았다.

김선형 역시 “선수 생활 통틀어서는 (2022-2023시즌) 챔피언결정 7차전까지 갔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졌는데 내가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진짜 너무너무 힘들었다. 6차전, 7차전까지 갔는데 한계를 깨려는 제 스스로에게 놀랐던 경기였다. 그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승리를 이끌려는 집념을 보여줬다. 가끔 그 경기를 보기도 해서 기억에 남는다”며 “(2017-2018시즌) 첫 우승을 했을 때도 기억에 남는다. 발목 부상을 당한 시즌이었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다. 완전 롤러코스트였다”고 답했다.

BONUS ONE SHOT
400경기 출전 기준 승률 60%+ 선수


#사진_ 점프볼 DB(문복주, 유용우, 박상혁),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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